거장의 숨결과 마주친 루트 66의 시작점: 시카고 미술관과 밀레니엄 파크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 Jay Pritzker Pavilion at Millennium Park Chicago

안녕하세요. 이노입니다.

치즈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딥디시 피자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시카고 도심 산책에 나섰습니다.
초록빛 밀레니엄 파크를 지나 시카고 미술관으로 향하는 코스입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거장들의 작품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미술관 문을 나서다 뜻밖에 발견한 반가운 도로 표지판까지.
로드트립의 낭만이 짙게 밴 시카고의 오후 풍경을
글 속에 가지런히 썰어 넣었습니다.

스테인리스가 춤추는 밀레니엄 파크

파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입니다.
은빛 스테인리스 패널이 거대한 종이처럼 구겨진 듯 펼쳐져 있습니다.
독특한 구조물로 충격을 주었던 뉴욕 허드슨 야드의 베슬과는 또 다른 웅장함입니다.
푸른 잔디밭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이 차갑고 거대한 금속 구조물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밀레니엄 파크 정원에서 바라본 시카고 스카이라인 Chicago skyline viewed from Millennium Park garden
파빌리온 옆을 따라 걷다 보면 비밀스러운 정원이 나옵니다.
키 높이로 반듯하게 다듬어진 생울타리 너머로
시카고의 화려한 마천루 스카이라인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자연의 꽃밭과 차가운 빌딩 숲이 한 프레임에 완벽하게 담기는 절경입니다.
시카고 미술관 정면 외관 Art Institute of Chicago main entrance exterior

빛으로 물든 시카고 미술관의 천장

밀레니엄 파크에서 걸어서 금방입니다.
미국의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입니다.
거대한 고전 양식의 건물 외관이 먼저 여행자를 압도합니다.
당시 정문에는 조지아 오키프 전시를 알리는 붉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시카고 미술관 내부 컬러 유리 천장 설치 작품 Colorful glass ceiling installation at Art Institute of Chicago
안으로 들어서면 누구나 고개를 위로 꺾게 됩니다.
복도 천장을 꽉 메운 컬러 유리 설치 작품 때문입니다.
빨강, 주황, 파랑, 연두.
색이 하나씩 다른 유리판이 끝없이 이어지며 무지갯빛 통로를 만듭니다.
거대한 날개로 시선을 끌었던 밀워키 미술관의 하얀 천장처럼
이곳 역시 내부 건축 요소 자체가 주는 감동이 큽니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시카고 미술관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A Sunday on La Grande Jatte by Georges Seurat at Art Institute of Chicago

쇠라의 점묘화와 고흐의 거친 붓질

본격적인 전시실로 들어가면 익숙한 걸작들이 쏟아집니다.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입니다.
교과서에서는 작게만 보이던 그림이 실제로는 한쪽 벽을 꽉 채울 만큼 거대합니다.
무수한 점 하나하나가 모여 정교한 사람과 풍경을 이루는 마법은
직접 그 캔버스 앞에 서야 비로소 실감이 납니다.
시카고 미술관 반 고흐 자화상 1887 Vincent van Gogh Self-Portrait 1887 at Art Institute of Chicago
바로 옆 전시실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1887년작 자화상이 기다립니다.
두꺼운 유리 너머로 보아도 거칠게 쌓아 올린 붓 터치가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을 자랑했던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서의 감동이
이곳 시카고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기분입니다.
시카고 미술관 티파니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계단 Tiffany stained glass window at Art Institute of Chicago grand staircase

티파니의 빛과 고요한 석조 불상

계단을 오르다 보면 발길을 강하게 붙잡는 또 다른 예술품이 있습니다.
티파니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입니다.
노란빛과 초록빛이 정교하게 뒤섞인 아름다운 풍경화 형태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창문이 아니라 빛을 활용한 웅장한 작품 그 자체입니다.
시카고 미술관 석조 좌불상 Seated Buddha stone sculpture at Art Institute of Chicago
아시아 관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한국 관련 컬렉션의 규모가 다소 적은 편이라 내심 아쉬웠습니다.
대신 고요한 표정으로 묵직하게 앉아 있는 석조 불상 앞에서
잠시 복잡했던 발걸음을 멈추고 쉬어갔습니다.
시카고 다운타운 거리와 윌리스 타워 Chicago downtown street view with Willis Tower in background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반가운 루트 66

미술관을 빠져나오니 곧바로 시카고의 번화한 도심이 펼쳐집니다.
높은 빌딩 사이로 윌리스 타워가 빼곡히 솟아 있고,
거리는 바삐 걷는 현지인과 여행객들로 다시 활기가 넘칩니다.

그러다 가로등 기둥에 붙은 낡은 표지판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BEGIN. HISTORIC ROUTE 66.'
미국 횡단의 전설적인 도로, 루트 66의 시작점입니다.

그곳에서 보았던 루트 66의 흔적들이 머릿속을 찌릿하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길고 긴 그 도로의 끝자락을 먼저 밟아보고 나서,
그 진정한 출발점을 마침내 시카고에서 마주한 셈입니다.
시카고 루트 66 시작점 표지판과 DNC 2024 현수막 Historic Route 66 Begin sign and DNC 2024 banner in Chicago

이노의 실전 방문 팁

체력은 아끼고 감동은 더하는
밀레니엄 파크와 미술관 실전 정보입니다.

파크와 미술관을 묶어 반나절 코스로 짜세요

두 곳은 도보로 완벽하게 연결됩니다.
오전에 파크를 먼저 산책하고 정오 무렵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동선이
가장 부드럽고 알차게 도심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미술관 내부는 편안한 신발이 필수입니다

세계적인 규모인 만큼 걷다 보면 상상 이상으로 다리가 아픕니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 반나절은 가뿐히 사라지니,
반드시 가장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방문하십시오.

미리 꼭 볼 작품의 위치를 파악해 두세요

모든 관을 꼼꼼히 다 보려면 며칠이 걸립니다.
쇠라, 고흐, 피카소 등 교과서에서 보았던 유명작들이 모여 있는
주요 전시실 위치를 지도를 통해 미리 파악해 동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과서 속 명작을 걷다 마주친 루트 66의 출발점

거대한 캔버스 위를 수놓은 명작들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디테일한 붓 터치에 깊이 매료되었던 미술관 산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예술품들만큼이나 제게 짙은 여운을 남긴 것은,
미술관 문을 나서자마자 우연히 마주쳤던 작고 낡은 루트 66 표지판이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스쳐 지나갔던 그 도로의 진짜 시작점이
시카고 빌딩 숲 한복판에 떡하니 서 있다는 사실.

여행지에서 흩어졌던 로드트립의 파편들이
마침내 하나의 선으로 완벽하게 연결되는 듯한 짜릿함이었습니다.
예술이 주는 감동과 길 위의 낭만이 절묘하게 교차했던
시카고의 눈부신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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