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거울을 품은 미시간의 신비한 샘, 키치이티키피(Kitch-iti-Kipi) 방문기(미시간 상부 반도, 주립공원, 관찰용 뗏목)
안녕하세요. 이노입니다.
팜 클럽에서의 평화로운 식사를 뒤로하고,
이제 미시간의 심장부라 불리는 어퍼 페닌슐라(Upper Peninsula)로 향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침엽수림 사이를 한참 달리다 보면
마치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입구 같은 곳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팜스 북 주립공원(Palms Book State Park) 안에 숨겨진
신비로운 샘, 키치이티키피입니다.
원주민 언어로 '차가운 물' 혹은 '거대한 샘'을 뜻하는 이곳은
그 이름처럼 신비롭고 영롱한 빛깔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입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투명함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동 뗏목을 타고 나아가는 정적의 시간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비현실적인 에메랄드빛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곳을 제대로 관람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무로 제작된 커다란 관찰용 뗏목에 오르는 것입니다.
이 뗏목에는 모터가 없습니다.
가운데 설치된 커다란 휠(Crank)을 사람들이 직접 돌려야
쇠사줄을 따라 뗏목이 호수 한가운데로 미끄러져 갑니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먼저 손잡이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힘을 보태게 됩니다.
끼익거리는 기계음과 물결을 가르는 소리만 들리는 정적 속에서
뗏목은 천천히 비현실적인 빛깔의 중심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뗏목 바닥 가운데는 뻥 뚫려 있어
그 위를 걸어 다니며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떨어질까 봐 무서우면서도, 그 투명함에 홀린 듯
바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됩니다.
수심 12미터를 꿰뚫는 경이로운 투명도
뗏목이 샘의 정중앙에 도달하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수심은 무려 40피트, 약 12미터에 달하지만
마치 손을 뻗으면 바닥에 닿을 것처럼 선명합니다.
바닥에서는 하얀 석회질 모래 사이로
끊임없이 물이 솟구쳐 오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 샘물은 섭씨 약 7도(화씨 45도)의 온도를 사계절 내내 유지합니다.
한겨름에도 얼지 않고 이 맑은 상태를 유지하는 덕분에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이 신비로운 깊이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물 밑으로 가라앉은 고목의 나뭇가지들은
시간이 멈춘 듯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그 사이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는 거대한 송어들은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착각, 송어의 비행
키치이티키피의 주인공은 단연 송어 떼입니다.
이들은 물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마치 명상을 하듯 제자리에 멈춰 있거나
천천히 꼬리를 흔들며 깊은 곳으로 사라집니다.
물속 가시거리가 워낙 넓다 보니
송어 한 마리 한 마리의 지느러미 움직임과
비늘의 질감까지도 육안으로 선명하게 파악됩니다.
일반적인 호수에서는 물고기가 물속으로 들어가면 금방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이곳에서는 송어가 10미터 아래로 내려가도
여전히 그 형태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이 평화로운 광경을 보고 있으면
왜 원주민들이 이곳을 신성하게 여겼는지,
그리고 왜 수많은 전설이 이곳을 배경으로 탄생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시간이 멈춘 숲의 거울
뗏목에서 내려 샘 주변을 한 바퀴 걸어봅니다.
샘의 가장자리는 숲의 그림자가 내려앉아
중앙부의 밝은 에메랄드빛과는 또 다른 깊은 청록색을 띱니다.
바람이 잦아드는 순간, 샘물은 거대한 거울로 변합니다.
하늘의 구름과 빽빽한 침엽수들이 수면 위로 내려앉아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경계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주립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인공적인 시설이 적어
자연이 수만 년 동안 지켜온 고요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웅성거리던 관광객들도 샘의 깊이를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고 이 정적에 동참하게 됩니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투명한 물 한 그릇이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노의 실전 방문 팁
여유로운 관람을 위해 방문 전 미리 확인해 보세요.
대자연이 선사하는 신비로운 정적을 온전히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레크리에이션 패스포트 준비
이곳은 팜스 북 주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차량 입장 시 패스포트가 필요하며, 현장에서 바로 구입 가능합니다.
한 번 구입하면 다른 미시간 주립공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입니다.
여유로운 관람을 위한 이른 방문
관찰용 뗏목은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습니다.
낮 시간대에는 뗏목을 타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할 수 있습니다.
기다림 없이 한적하게 즐기시려면 오전 9시 전후 방문을 추천합니다.
얇은 겉옷 챙기기
샘 주변은 숲이 우거져 있고 연중 7도의 차가운 물이 솟구칩니다.
여름철이라도 뗏목 위에서 바람을 맞으면 제법 한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얇은 겉옷을 하나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에메랄드빛 깊이 속으로 던지는 인사
키치이티키피에서의 시간은 마치 맑은 물로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는 과정과 같았습니다.
수심 12미터를 거침없이 통과하는 그 투명함 속에서
복잡했던 생각들도 잠시나마 투명하게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극적인 즐거움은 아닐지라도,
자연이 보여주는 순수한 경이로움을 마주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미시간 상부 반도의 이 신비로운 샘을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노의 다음 미시간 여정은 어퍼 페닌슐라의 투박한 매력이 담긴,
광부들의 든든한 한 끼였던 멀둔스 패스티(Muldoons Pasties)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미시간의 전통 맛을 찾아 떠나는 다음 에피소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이노의 여행과 미식 기록 이어보기
전날 마주했던 흙내음 가득한 여유로운 질감이 궁금하시다면
이곳을 떠나 새롭게 마주한 광부들의 투박하고 든든한 파이의 질감이 궁금하시다면
수심 12미터를 거침없이 통과하는 맑은 샘물을 바라보며 마음의 먼지를 씻어냈습니다.
자연이 지켜온 고요함 속에서 깊은 위로를 얻고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미시간의 전통 맛을 찾아 떠나는 다음 여정에도 계속해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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